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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모으기/문장들:2021

노력의 기쁨과 슬픔(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다른/2021)

by 맑은 물 2021. 6. 20.

** 책의 부제는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이다. 철학자가 쓴 자기 계발서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이 책은 "노력하지 않으면 게으른 건가?" 질문한다. 스스로 돕는 자를 하늘이 돕는다고 말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결실을 얻는다는 통념에 반하여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며 충분히 휴식한 몸이 갖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운동선수들의 예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두고 숙고하는 태도가 상상과 수동성, 공포를 촉발하므로 일단 행동을 시작하고 계속하면서 생각이 행동의 지배 아래 놓여야 함을 곡예사의 예를 통해 보여준다. 목표를 성취했다면 그것은 애써서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진정으로 욕망하며 몰두하여 즐겼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러니 애쓰지 말 것. 편안한 자세를 취해서 그 어떤 것도 가능한 몸을 만들어 "삶이 우리에게 길을 알려줄 수 있게끔 다양한 면모를 받아들이"라고 말한다. 원하는 것을 애쓰지 않고, 숙고하지 않고, 목적으로 삼지 않고 이루어낼 수 있으니 "생각하지 말고 망설이지 말고 지금 당장 한 걸음 내디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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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계속하기 - 앞을 향한 시선이 우리를 지탱하는 줄이다
글쓰기를 배우고 싶다면 글의 내용이 아니라 쓰기라는 행위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 많이 써볼수록 잘 쓸 수 있다.
"잘 쓰는 기술의 비법은 고쳐 쓰지 않고 계속 써 내려가는 것이다. 써놓은 문장 하나가 백지보다 낫다. 문장이 조악하고 고르지 못하더라도 거기서 무언가 배울 것이다."
글쓰기란 계속해서 완벽한 문장을 만들어 내는 작업이 아니라 처음에 불완전하게 썼던 문장을 다음 문장으로 계속해서 다듬어가는 과정이다. (...)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오히려 일이 쉬워진다. 다음 문장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첫 문장의 불완전함에 기대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발자취를 따라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자유를 준다.

2 시작하기 - 우리는 망설이기 때문에 길을 잃는다
좋은 선택이란 그것을 최선이라 받아들이고 고수할 때 만들어진다. 행동으로 옮기는 결정적인 순간, 그것이 항상 최선의 선택이다. 이유는 없다. 한번 결정하면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돌아갈 수 없다고, 후회하지도 않는다고 스스로에게 되뇌자.
행동에 나설 때 모든 생각을 포기해버릴 필요는 없지만, 오로지 행동이라는 범위 안에서만, 즉 행동에 의해서, 그리고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생각을 해야 한다. 또 생각은 최대한 가벼워야 하며, 우리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행동의 제약 아래 놓일 때 생각은 강력한 도구가 되지만, 그 자체로 남겨지거나 의심으로 피어날 때는 골칫거리가 된다.

4 자세 찾기 - 이완된 몸이 긴장한 몸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

느긋함이란 개념이 아니라 자세다.
"편안한 자세한 자세한 단순히 긴장이 풀린 상태가 아니라, 팔다리와 모든 신체 기관이 하나로 결집된 상태다. 모든 부위의 관절이 유연해지고, 마치 몸속에 숨결을 불어넣은 듯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시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끊임없이 에너지가 순환한다."

철학자 미셸 세르는 발리를 위해 도약하는 테니스 선수의 몸이나 패널티킥 상황에 놓인 골키퍼의 몸을 묘사하기 위해 아주 아름다운 표현을 만들어냈다. 바로 '가능한 몸'이라는 표현이다. 당연히 몸은 언제나 그 순간에 가장 뚜렷하게 실재한다. 하지만 몸이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해 열려 있는 상태라면, 즉 무엇에 대한 예상도 없이 어떤 상황에나 적응할 수 있는 상태라면, 바로 그러한 몸이 모든 것에 준비된 '가능한 몸'이 된다. 가능한 모든 것을 받아들이도록 스스로 개방하되, 감정에 생각이 개입되지 않도록 한다. 휴식은 활동의 반대 상태가 아니라 '가능'해지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행동하고 싶다면 완전한 휴식 상태에 들어설 수 있어야 하고, 그러한 휴식 상태를 거쳐야 벼락처럼 폭발적인 에너지로 행동할 수 있다.
편안함을 느끼며 무력감을 극복해낸 몸은 무엇이든 가능한 상태가 되어, 특정한 무언가에 대비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에 대비한다. 몸이 차분해지면 에너지가 "호흡하는 것처럼 막힘없이 순환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하지만, 어떻게 보면 놀랍고 모순적인 현상이다. 이완된 몸이 긴장한 몸보다 에너지를 더 많이 갖고 있다니 말이다.

6 버티기의 기술 - 우리를 말하고 춤추게 하는 건 의무감이 아니라 우리의 욕망이다

7 생각 멈추기 - 과도한 생각은 존재 전체를 오염시키고 심지어 위협한다

숙고란 경험을 거부하는 과도한 이해이자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호기심의 상실로, 끝내 존재의 발목을 잡아 결국 행동으로 나아감을 방해한다.
너무 열심히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 눈 뜨고 지켜보지도 말라는 뜻은 아니다. 눈을 뜨되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고 바라보는, 긴장 없는 '응시'가 필요하다. 그런 '응시'를 가능하게 하는 비결은 편안함이다. "자신에게 편안한 자세로 앉아 생각하기 시작해야 한다." 편안함을 느끼는 것이 먼저고, 생각은 그 편안함에서 비롯하는 결과물이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든 편안함이 선결 조건이다. 삶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싶다면 의자에 편히 앉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성찰로 해결되지 않는 인간의 문제는 대부분 행위로 쉽게 해결된다. (...) 몸으로 직접 익힌 기술은 더 쉽게 습득하고 보존할 수 있다. (...) 모든 것을 잊어버리더라도 몸에 스민 지식은 남아 있다. 더 정확하게는 '잊어버렸기 때문에' 남아 있다. 잊어버린 채로 계속 보존하는 방법, 이것을 우리는 습관이라고 부른다. (...) 자전거 타기, 운전, 외국어, 어떤 것이든 상관 없다. 한번 잘 배웠다면 잊어버릴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9 집중의 비법 - 너무 열심히 보려고 하면 오히려 보지 못한다
통념과는 달리 집중은 절대로 지속되지 않는다. 이것은 의지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그렇게 될 수도 없다. 오직 리듬에만 복종하여 높아졌다가 낮아질 뿐이다. 집중이란, 우리가 반드시 타는 법을 익혀야 하는 파도다.

데카르트의 방법 - 방법의 핵심은 삶을 쉽게 만드는 것이다. 데카르트의 방법은 최대한 쉽게 '생각'하려면 어떤 길을 따라야 하는지 알려주며, 앞으로 살펴보게 되겠지만 '행위'의 길잡이로 쓰이기도 한다. 이 방법에는 네 가지 규칙이 있다. 명백함, 어려움의 분배, 정렬 그리고 열거다.
1. 명백함 : 집중은 한 번에 오직 하나의 대상을 향해야 한다.
2. 분배 : 한번에 하나만 생각하는 것이다. 복잡한 것일수록 필요한 만큼 아주 작은 부분으로 나누어야 한다.
3. 정렬 : 생각이란 우리가 잘게 나눈 부분을 순서에 맞게 정리하는 과정이다.
4. 열거 : 각 부분에 명칭을 붙여 개요를 만든다. 그러면 파노라마처럼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 (...) 한곳에 집중할 때 위험한 점은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주기적으로 관점을 넓혀 모든 것이 다 포함되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집중과 집중 사이에 적절히 휴식을 취해 완전하게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자기 자신을 충분히 관찰함으로써 스스로 방해받지 않고 얼마나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는지 알아내야 한다. 집중한다는 것은 무언가 노력하려고 하거나 긴장을 느끼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러니 애쓰는 대신 마음을 편하게 먹고, 평정심을 되찾은 뒤 다시 시도해봐야 한다.
복잡성을 결코 단번에 해결하려 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하거나 곧바로 깨달음을 얻으려는 생각을 버리자.

"지성이란 오직 욕망에 의해 달성된다. 욕망을 느끼려면 기쁨과 즐거움이 따라야 한다. 지성은 즐거움 속에서 자라나 열매를 맺는다. 공부할 때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달리기 선수가 호흡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 (...)
집중이란 노력 중에서도 최고 수준의 노력이지만, 아마도 음성적인 노력일 것이다. 노력 자체는 피로를 일으키지 않는다. 잘 훈련된 사람이 아닌 이상 피로가 느껴질 땐 집중이 거의 불가능하고, 따라서 그냥 피로에 굴복하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편이 낫다. 숨을 들이쉬고 내뱉듯 스스로를 풀어주었다가 다시 집중하는 과정이 필요한 것이다." (시몬 베유)

집중할 때 피로를 느낀다면 불필요하게 긴장한 탓인데, 이는 상황이 흘러가도록 두지 않고, 의도하지 않았어도 본인이 무언가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중이란 피로가 뒤따를 수 없는 순수한 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