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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모으기34

노력의 기쁨과 슬픔(올리비에 푸리올 지음, 조윤진 옮김/다른/2021) ** 책의 부제는 너무 열심인 '나'를 위한 애쓰기의 기술이다. 철학자가 쓴 자기 계발서라는 설명이 붙어 있는 이 책은 "노력하지 않으면 게으른 건가?" 질문한다. 스스로 돕는 자를 하늘이 돕는다고 말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결실을 얻는다는 통념에 반하여 편안한 자세를 유지하며 충분히 휴식한 몸이 갖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운동선수들의 예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를 두고 숙고하는 태도가 상상과 수동성, 공포를 촉발하므로 일단 행동을 시작하고 계속하면서 생각이 행동의 지배 아래 놓여야 함을 곡예사의 예를 통해 보여준다. 목표를 성취했다면 그것은 애써서 노력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진정으로 욕망하며 몰두하여 즐겼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러니 애쓰지 말 것. 편안한 자세를 취해서 그 어떤 것도 가능한 몸을 만들어.. 2021. 6. 20.
면역에 대하여(율라 비스/김명남/열린책들/2016) "우리의 몸은 우리의 은유를 결정한다." 제임스 기어리기는 은유를 다룬 책 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라고 은유는 우리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결정한다." (24) 우리가 백신의 효과를 따질 때 그것이 하나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만 따지지 않고 공동체의 집합적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까지 따진다면, 백신 접종을 면역에 대한 예금으로 상상해도 썩 괜찮을 것이다. 그 은행에 돈을 넣는다는 건 스스로의 면역으로 보호받을 능력이 없거나 의도적으로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집단면역의 원리이고, 집단 접종이 개인 접종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은 바로 이 집단 면역 덕분이다. 어떤 백신이라도 특정 개인에게서는 면역을 형성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 하지만 효과가.. 2021. 1. 3.
나는 옐로에 화이트에 약간 블루-차별과 다양성 사이의 아이들 (브래디 미카코 지음, 김영헌 옮김 / 다다서재 / 2020) 영국의 중학교 교육에는 ‘드라마(연극)’라는 교과목이 존재한다. 언어를 활용한 자기표현능력, 창조성, 소통능력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능력을 기르는 과목이다. (32~33) “스스로 남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이란 영어에서 쓰이는 관용적 표현으로 타인의 입장에 서본다는 뜻이다. 엠퍼시는 흔히 ‘공감’, ‘감정이입’, ‘자기이입’ 등으로 번역되는데, 확실히 남의 신발을 신어보는 것은 매우 적확한 표현이다. (...) 심퍼시는 ‘감정’ 또는 ‘행위’ 또는 ‘이해’지만, 엠퍼시는 ‘능력’인 것이다. 자신이 타인의 입장이었다면 어떨지 상상함으로써 누군가의 감정이나 경험을 함께 나누는 능력 심퍼시가 감정적 상태라면, 엠퍼시는 지적 작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84~87) 인간이 남의 신발을 신어보려 노력하는 것.. 2020. 11. 6.
배움의 발견-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2020) ●아버지에 대한 서술 산에서 살면 뭔가 주체적인 인상을 풍기게 된다. 프라이버시와 고립감, 심지어 지배에 대한 감각이 몸에 배어서일 것이다. 산이라는 광대한 공간에서는 아무도 없이 혼자서 소나무와 덤불과 바위들 사이를 몇 시간이고 누빌 수 있다. 그곳에는 광대무변한 공간감에서 나오는 고요함이 있다. 그 엄청난 규모 앞에서는 차분해지고, 인간과 같은 하찮은 존재는 전혀 중요치 않아 보인다. 진은 그렇게 산이 거는 최면, 인간 세상의 드라마를 뛰어넘는 깨달음으로 만들어진 사람이었다. (55) 아버지는 시간에 쫓기며 살았다. 마치 시간이 아버지를 스토킹하는 것처럼 느끼는 듯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해를 흘낏흘낏 보는 아버지의 눈초리에서, 파이프나 강철 조각을 살피는 얼굴에서 끊임없이 시간 걱정을 하는 것이 보.. 2020. 11.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