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모으기34 이동진이 말하는 봉준호의 세계-(이동진/위즈덤하우스/2020) 1장 기생충 봉준호의 영화는 장르를 차용해서 시작하고, 그 장르를 배신하면서 끝난다. 그가 바라보는 것은 늘 장르의 뒤편에 있다. 규칙과 관습에 따라 진행되는 장르의 작동 원리는 이야기의 갈래마다 누적되어 온 '계획'이지만, 봉준호는 그 주먹만 한 계획이 바닥을 알 수 없는 '무계획'의 무저갱 속으로 소리도 없이 추락하는 광경을 기어이 보아낸다. (14) 계급 상승에 대한 욕망이 가장 적극적이었고 또 그럴 만한 능력도 컸던 기정이 작품의 말미에서 살해당할 때, 사라지는 것은 계급 상승의 사다리 자체일 것이다. (더구나 그런 기정을 죽이는 것은 계급 상승의 욕망을 아예 상실한 근세다.) (24~25) 그런 하층이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냄새다. 자동차 안에서 그 냄새는 차의 진행 방향과.. 2020. 10. 9. 『여행의 이유 – 김영하 산문』(김영하 / 문학동네 / 2019 ) 추방과 멀미 우리의 내면에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강력한 바람이 있다. 여행을 통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 그런 마법적 순간을 경험하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이런 바람은 그야말로 뜻밖이어야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 애초에 그걸 원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22)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24) “평범한 회사원? 그런 인물은 없어.” 모든 인간은 다 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 2019. 4. 29. 『고민이 고민입니다 – 일상의 고민을 절반으로 줄이는 뇌과학과 심리학의 힘(하지현 / 인플루엔셜 / 2019)』 (발췌와 요약) 고민을 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잘 알아야 한다. 하나는 나의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뇌의 작동 메커니즘이다. (감정은 우리의 사고에 많은 영향을 주고,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능력의 한계가 있는 기관이다.) (25) 나쁜 기억이 공든 고민을 무너뜨린다 : 감정적 기억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61) 생물학적 위험 신호에 기반해 인간의 뇌는 다양한 감정을 진화하고 발전시켰다. 배고픔은 부정적 감정, 포만감은 긍정적 감정으로. 좋은 감정은 금방 잊히고, 부정적 감정은 잊고 싶어도 잘 잊히지 않는다. 이 모든 시스템은 동물로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다. 인간의 뇌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원래 이 시스템이 세팅될 때보다 훨씬 오래 살게 되었다. 오래 사.. 2019. 3. 18. 우리 몸이 세계라면(김승섭, 동아시아, 2018) 이 책은 역사와 과학을 줄기 삼아, 인간의 몸과 질병에 대해 논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주제는 생산되지 않는 지식과 측정되지 않는 고통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 그 과정에서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면서도 이해를 포기하지 않는 길을 함께 찾을 수 있길 바랐습니다. 모든 지식은 특정한 사회적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지식이 생산된 역사적 맥락을 아는 일은 그 결과를 이해하는 일만큼이나 중요합니다. (7) 그리고 질문하고 검증하는 과학의 힘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었습니다. (...) 그 어떤 명제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더 나은 설명을 찾아가는 과학적 사유는 인류가 세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가장 든든한 도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7~8) “의학 문명은.. 2019. 3. 13. 이전 1 2 3 4 5 6 ··· 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