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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풀어놓기/북한강변 학교 이야기7

수입초등학교 2018년 1학기 문집을 펴내며 해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글을 쓰게 합니다. 책 읽기의 기쁨을 누리는 가운데 아이들의 삶에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스며 들어와 풍성해지기를 기대합니다. 글을 쓰며 내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생각과 감정을 가다듬으며 삶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는 자세를 갖기를 바랍니다. 생애의 독자이자 자기 삶의 저자가 되어 삶을 풍성하게 누리며 주변 사람들에게, 세상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으로 커나가기를 바랍니다. 머리 좋은 사람보다, 몸과 마음이 좋은 사람이 되어, 나를, 다른 이를, 나를 둘러싼 생명을 느끼며 하루하루 소중하게 자기 삶을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지난 한 학기 동안 한우반 친구들의 글을 읽으며 혼자 웃기도 하고 뭉클해하기도 하고 무릎을 치기도 했습니다. 혼자 보기 아까워 책으로 엮었습니다. 구석구석 .. 2019. 1. 30.
무엇이 시가 되나? : 시 수업 이야기 "우리 정원에 대한 가장 선명한 기억은 그곳에서 맡은 향기나 본 모습이 아니라 거기서 들은 소리였다. 환청이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는 정말로 식물이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절정기에는 옥수수가 날마다 하루에 1인치씩 자라고, 그 빠른 성장에 맞추기 위해 여러 겹의 껍질이 조금씩 움직인다. 바람이 불지 않는 조용한 8월에 옥수수밭 한가운데 서 있으면 그렇게 움직이는 껍질들이 계속해서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다." (『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호프 자런,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 과학자가 쓴 자기 이야기인 [랩 걸]에서 위의 문장을 만났을 때 숨이 멎는 줄 알았답니다. 미국 중서부의 드넓은 옥수수밭 한가운데서 식물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고요히 서.. 2019. 1. 30.
수입초등학교 2018년 2학기 문집을 펴내며 한우반 이야기를 펴내며 선생님이 되고 나서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이야기들이 갑자기 떠올랐습니다. 참 희한한 일입니다. 조선시대 왕의 무덤으로 고작해야 일 년에 한 번 소풍을 떠나는 게 전부였던 초등학교 6학년 때가 생각납니다. 담임 선생님과 우리반 친구들은 토요일 오후에 창경궁과 서울과학관으로 깜짝 여행을 떠났답니다. 목소리 곱고 웃는 모습은 더 고왔던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죽은 왕의 무덤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왕이 머물렀던 궁궐을 직접 보여주고 싶으셨나 봅니다. 집에서 점심밥을 먹고 운동장에 모인 우리들은 아마도 신나게 소리 지르고 짓 까불며 버스에 올랐을 겁니다. 창경궁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빗방울이 버스 창문을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려 매표소로 궁궐 처마 밑으로 비를 피해 달렸지만 순식간.. 2019.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