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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풀어놓기/예전에...7

아이들과 시작한 농사 드디어 농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겨울방학 워크숍 때 학년별로 아이들의 마음을 끌 수 있는 특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연극놀이, 온작품 읽기, 글쓰기는 수업 속에서 꾸준히 이루어지는 활동이라 프로젝트라는 이름은 어울리지 않았다. 게다가 프로젝트를 힘 있게 진행하려면 프로젝트의 기획이 아이들로부터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년 프로젝트는 교사가 미리 정할 것이 아니라 3월에 아이들을 만나서 함께 정하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흥미로워 할 제안들을 몇 가지 준비해 두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농사를 지어보는 게 어떨까 불쑥 말을 꺼내보았다. 나는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고 나눠먹는 걸 좋아하고 유기농 농작물을 좋아한다. 찔끔 곁다리로 텃밭 농사를 시작했다가 돌보지 않아 잡초로 뒤덮인 텃밭에.. 2019. 1. 31.
기억의 문제 기억의 문제 기억이란 ‘본질적으로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하고 평생 동안 재조직되는 과정’이었다. 기억의 힘은 정체성 형성의 핵심이며, 개인으로서의 지속성을 보장한다. 그러나 기억은 변화하기 마련이며, 프로이트만큼 ‘기억의 복구 잠재력’, ‘기억의 지속적인 개정’, ‘기억의 재범주화’에 민감했던 사람은 없었다.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 알마, 107쪽) 삶은 시대를 경과하며 계속되며, 각 시대별로 달성한 정신적 성과를 반영하기 위해 기억은 지속적으로 개정된다네. (올리버 색스, 『의식의 강』, 알마, 108쪽) 앞서 가는 학교 선생님의 차를 따라서 학교 진입로로 좌회전 신호에 따라 들어갈 때였다. 좁은 진입로 입구에서 빠져나오려 기다리는 차와 부딪치지 않게 차도의 오른쪽으로 붙여서 들어가는 순간 덜커덕.. 2019. 1. 31.
봉구 봉구 박박. 봉구가 안방문을 긁는 소리가 들린다. 예전에 내가 일어나면 쫄랑대며 따라 나왔던 봉구는 요즘에는 내가 일어나도 가만 엎드려서 눈동자만 데굴대고 꼬리만 잠시 흔들다 그대로 눈을 감기 일쑤여서 안방문을 닫아놨었다. 살짝 안방문을 여니 문 앞에 서 있던 봉구가 꼬리를 흔들며 내게 온다. 앞다리를 바닥에 뻗고 엎드려 허리를 최대한 늘이고 엉덩이를 하늘로 치켜들며 몸을 풀고는 고개를 양쪽으로 빠르게 털면서 몸서리친다.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부드럽게 곱슬거리는 털이 손바닥을 간질인다. 바닥에 앉은 내 다리 위에 배를 깔고 몸을 동그랗게 말아 엎드린다. 자판을 치기 시작하자 슬그머니 일어서더니 큰 원을 그리며 내 주위를 돌더니 다시 안방으로 들어간다. 아직 더 자고 싶은가 보다. 봉구는 올해 세 살이 .. 2019. 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