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얻은 혼자만의 시간에 만난 데버라 리비의 책 [알고 싶지 않은 것들].
얼마 전 은유샘 페북에서 보고 마음에 담아 두었던 책.
파란색 바탕에 오렌지색 글씨의 커버를 벗기면, 오렌지색 바탕에 파란색 글씨로 색이 바뀌어 있다.
표지를 쓰다듬으며 책을 읽기 시작했고 그대로 마지막장까지 사로잡힌 듯 읽었다. 본문에서 추천사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한 것 없이 아름다운 책이다.
나를 울리고, 달래준 몇 가지 문장들은 특별히 기록해 둔다.
"신가부장제는 우리에게 수동적이되 야심 찰 것을,
모성적이되 성적 활력이 넘칠 것을, 자기희생적이되 충족을 알 것을 요구했다.
즉, 경제와 가정 영역에서 두루두루 멸시받으며 사는 와중에도
우리는 '강인한 현대 여성'이어야 했다.
이렇다 보니 만사에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게 일상사였지만,
정작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분명하지 않았다." (24~25)
여성 작가는 자기 인생을 지나치게 또렷이 느낄 형편이 못 된다. (135)
차분히 글을 써야 할 때 그는 분노하며 글을 쓸 것이다. 현명히 써야 할 때 어리석게 쓸 것이다. 인물들에 대해 써야 할 때 자기 자신에 대해 쓸 것이다. 그는 자신의 신세와 전쟁 중인 것이다.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1929)
"작가가 되고자 나는 끼어들고, 소리 내어 말하고, 목청을 키워 말하고, 그보다 더 큰 소리로 말하고, 그러다가 종국에는 실은 전혀 크지 않은 나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했노라고 이야기했다." (135)
작가의 자서전 3부작 중 1부에 해당하는 작품이라는데 2부, 3부도 연달아 출간될 수 있기를 소망하며 내가 사랑하는 작가의 작품칸에 모셔두었다.
(2019년 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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