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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풀어놓기/독서일기

트라이앵글의 심리

by 맑은 물 2019. 2. 15.
『트라이앵글의 심리 –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의 마음으로 읽는 학교폭력』(이보경 / 양철북 / 2018)을 읽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면 내가 겪거나 지켜본 무수히 많은 학교폭력 사례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마음에 그늘이 진다. 이런 일로 몸살을 겪어보지 않은 교사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나 역시 수년 전에 교사생활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심각한 일에 휘말렸었다. 아마 그 해에 가정 경제 사정이 좋았다면 오래도록 학교를 떠났을 수도 있었다.

   힘든 와중에도 '내가 그렇게 무능력하고 나쁜 교사는 아니지 않나?' 수없이 되뇌며 '나는 좋은 교사였다는, 내 눈앞에서 저렇게 나를 공격하는 엄마는 틀렸다'는 증거를 찾아 스스로를 세우기 위해 몸부림쳤었다. 나의 몸부림이 너무나 성공적이었는지, 그 고통을 겪는 와중에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나를 위로하거나 격려해주지 않았다. 그 때는 그 사람들을 원망했었는데 한참이 지나서야 주변 사람들이 아니라 내가 문제일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항상 함께 문제를 해결해가자고 말해왔으면서도 정작 내가 어려움을 겪을 때는 솔직하게 말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용기를 내지 못했던 거다. 큰 문제가 생기면, 내가 만든 견고한 벽 속에 나를 가두고 혹사하는 방식으로, 혼자 고립적으로 싸워왔던 거다.

  올해 아이가 5학년이 되면서 예방주사 맞듯 소소한 일들을 겪었다. 다행히 오지랖 넓은 같은 반 친구가 문제가 발생한 초기에 나에게 정보를 주었고, 걱정하는 학부모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사려깊게 개입하고 중재해 주신 담임 선생님 덕분에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 그 과정에서 아이도, 나도 어떤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차분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다양한 심리 실험과 학생들 사이의 폭력 사건을 연관지어 인간의 본성을 탐색하고, 학생 폭력 사건을 피해자 가해자 방관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해결방안을 차분히 모색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례는 때로 섬뜩하지만 감동적이고, 상담자이자 교사이자 부모로서 저자의 경험을 들려줄 때는 믿음직스럽다.

예방주사처럼 맞으면 따끔하고 아프지만 (누군가는 밤새 고열에 시달릴 수도 있겠지만) 새 학교에서, 새 학년 시작되기 전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