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옮겨간 학교에서도 학급밴드를 열었다.
밴드에 초대된 부모님들이 제일 먼저 읽게 될 글을 썼다.
밴드 운영과 관련한 간단한 안내 글과
삶과 공부, 글쓰기에 대한 조금 긴 글을 썼다.
초대문자를 보내고나서 2시간이 안 되어 모두 밴드에 들어오셨다. 글 마지막에 댓글을 달아달라 썼더니 70%의 어머님들이 댓글을 달이주셨다. 좋은 출발이다.
글을 쓰는 게 일이 되는 게 싫어 주로 토요일 아침에 일주일을 돌아보며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중에 내가 좋아하는 문장들을 불러들여 음미해 볼 수 있어 은혜롭고, 머릿속에 빙빙 도는 생각들을 깔끔하게 정돈할 수 있어 평화롭다. 내 삶을 돌보고 가꾸는 소중한 시간이다. 내가 나 자신에게 무상으로 베풀고 받는 행복한 시간이다. 이 마음이 부모님들에게 가닿기를 바라며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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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꼭 읽어주세요! >
1. 닉네임을 "아이이름 + 관계 + 본인이름"으로 바꿔주세요.
예) 홍길동 아버지 허균
2. 농협반(농도 높은 협동반) 아이들의 학교활동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세요.
3. 농협반 전체와 관련한 민감한 글은 올리지 않겠습니다. 아이들 사이의 갈등은 제가 즉시 개입하여, 아이들과 함께 해결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부모님께 알려드려야한다는 판단이 설 때만 개별적으로 연락드립니다.
4. 사진은 교육적으로 기록하고 싶을 때, 생생한 수업현장을 공유하고 싶을 때, 아이들이 정말 사랑스러워서 혼자 보기 아까울 때에 찍습니다.
사진을 찍거나 밴드에 올릴 때 아이들이 빠짐없이 출현하도록 기계적으로 균형을 맞추기 어렵습니다. 사진에 내 아이가 보이지 않거나 안 예쁘게 나와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
5. 어제까지 제게 뮨자 보내신 분들만 밴드에 초대했습니다. 다른 분들은 여기 계신 분들이 초대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다 읽으신 분은 댓글로 "네~"하고 답변해 주세요.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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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 문제되는 것은 태도와 방향이에요 >
"삶과 글은 일치해요. 바르게 써야 바르게 살 수 있어요. 평생 할 일은 이 공부밖에 없어요. 공부할수록 괴로움은 커지지만, 공부 안 하면 내 다리인지 남의 다리인지 구분할 수 없어요. 젠 체 안 하고 남 무시 안 하려면 계속 공부해야 해요. 늘 문제되는 것은 재주와 능력이 아니라, 태도와 방향이에요."
- 『무한화서』(이성복 / 문학과 지성사 / 2015)
안녕하세요! 3학년 농도높은 협동반, 농협반 아이들과 함께 한 해를 살아갈 교사 최민경입니다. 저는 위에 쓴 이성복 시인의 문장을 수시로 되새깁니다. 삶과 글의 관계, 글쓰기의 힘, 공부의 의미를 성찰하게 합니다. 올 한 해 아이들과 함께 할 공부의 방향과 구체적인 실천 방법이 이 문장들 속에 있습니다.
“왜 공부해야 할까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서? 좋은 직업을 얻기 위해서? 아닙니다. 젠 체 안 하고 남을 무시하지 않기 위해서, 자립하여 다른 이들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면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위대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 공부해야 합니다. 이런 공부는 아이들만이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을 무시하고 모욕하는 사람들, 자기 욕심을 채우고 더 많은 권력을 얻기 위해 법 위에 군림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늘 문제되는 것은 재주와 능력이 아니라, 태도와 방향”이라는 시인의 문제의식에 격렬하게 공감하게 됩니다. 재주와 능력이 아니라 삶의 태도와 방향을 끊임없이 모색하며 공부하려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저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는 어른’으로 살고 싶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다 보면 신나고 재미있을 때가 참 많습니다. 아이들은 어리고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완전한 인간이고 훌륭한 학습자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공부하며 자극 받을 때도 많고 예상치 못한 깨달음을 얻거나 부끄러움을 느낄 때도 많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아이들은 어른의 스승입니다. 저는 21명의 스승님과 함께 사는 행복한 교사이자 학생입니다.
삶을 가꾸는 공부를 위한 주요 방법은 글쓰기입니다. 삶과 글은 일치합니다. 글은 그 사람의 삶보다 결코 더 나을 수도 못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바르게 써야 바르게 살 수 있습니다. 저와 아이들은 올 해 많은 글을 쓸 겁니다. 자기 삶을 돌아보는 글을 쓰며 더 나은 삶을 모색하려 합니다. 때로는 재미나게 공부하고 새롭게 알게 된 것을, 때로는 행복하거나 슬펐거나 화났던 경험을, 때로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쓸 겁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내 삶을 돌아보고 그 때의 자기 생각과 감정을 떠올려야 합니다. 단어를 고르고 문장을 만들고, 문장들을 엮어 글을 써야 합니다. 글쓰기는 고도로 복잡한 사고의 과정이자 창작의 과정입니다.
아이들의 글쓰기를 돕기 위해서, 아이들이 경험하는 세계를 확장시키기 위해서 책 읽기도 합니다. 시, 동화, 지식책, 그림책 등 다양한 책을 아이들이 스스로 읽기도 하고, 제가 읽어주기도 합니다. 책을 즐기면서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기르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며 차이를 발견하고 공감의 기쁨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 온작품읽기 활동도 하려 합니다. 아이들이 이렇게 쓰고 읽는 공부를 하는 가운데 아름다운 삶을 가꾸는 태도와 능력을 가진 어른으로 성장하리라 믿습니다.
(2019.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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