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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풀어놓기/북한강변 학교 이야기

학교는 자유롭고 평등하게 서로 만나 공통된 세계를 온몸으로 경험하는 공간입니다

by 맑은 물 2022. 3. 13.
안녕하세요! 올해 5학년 1반 담임을 맡은 교사 최민경입니다.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 학교 교사로 십여 년을 살아가다 우연히 놀러왔던 양평이 좋아서 2011년에 양평으로 들어왔습니다. 수입초등학교에서 8년, 서종초등학교에서 3년째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재작년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을 때 저는 휴직해서 잠시 학교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유례 없었던 팬데믹 상황에서 현장의 선생님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면서 ‘학교란 무엇인지, 학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가 장기간 문을 닫았을 때 아이들은 절실히 학교에 가고 싶어 했습니다. 보호자들 역시 아이 밥 먹이고 온라인 학습을 챙기고 아이를 돌보며 다시 학교에 보낼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아이들은 집과 보호자의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보호자들은 돌봄과 교육의 부담을 내려놓고 싶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학교를 그리워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입니다.

온라인 디지털 학습환경을 아무리 잘 갖추었다 해도 대체할 수 없는 학교 교육의 특별한 무엇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시간 화상수업이 가능하고 훌륭한 개인 맞춤형 컨텐츠들이 인터넷에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아이들은 왜 학교에 가고 싶어했을까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상이 아닌 ‘실제’를,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공유하는/공통의 세계’를 온몸으로 경험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작년에 복직해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온라인 수업과 오프라인 수업을 번갈아 진행했습니다. 디지털 매체를 이용해서 비대면으로 공부할 때보다 교실에서 직접 만나서 공부할 때 아이들이 경험하는 내용이 다채로웠고 수업에의 집중도와 흥미도, 개인이 보여주는 수업 수행의 완성도가 확연히 높았습니다. 특히 서로 돕고 힘을 모아 협력해서 공부할 때, 감동적인 이야기를 함께 읽으며 생각과 감정을 나눌 때, 여러 아이디어들이 서로를 자극하여 쏟아져나올 때 교실을 가득 채웠던 공동의 열기는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들 역시 종일 마스크를 쓰고 갑갑해도 학교에 와야 공부도 잘 되고 훨씬 신이 난다고 했습니다.

학교는 미래를 준비하며 현재를 인내하는 고된 학습 훈련을 반복하는 곳도, 친구들과 실력을 겨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곳도 아닙니다. 온몸을 써서 고되게 무언가를 창조하며 자신의 능력을 단련하는 일을 하는 곳이자, 자유롭게 대상을 탐구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며 흥미롭게 활동하는 곳입니다. 이 속에서 아이들은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마음껏 누리며 잠재력을 발휘하고 성장할 것입니다.
구체적인 공부 내용과 방법은 3월 반 모임에서 직접 만나 말씀드리겠습니다. 모든 보호자님들을 직접 만날 날을 기대하며 오늘은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2022년 3월 1일
5학년 1반 담임교사 최민경

덧붙임 1. 학부모가 아니라 보호자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는 분들이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니라 할아버지나 할머니, 고모나 이모, 삼촌 등 다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삶의 처지를 생각해서 사려 깊게 말하고 행동하겠습니다.

덧붙임 2. 제 손전화는 010-2675-7601입니다. 질문이나 건의하실 일이 있으면 낮에 문자나 카톡을 보내주세요. 확인하는 대로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제 번호를 저장하신 후, 보호자님과 아이의 손전화 번호를 카톡이나 문자로 보내주세요.

덧붙임 3. 아이들과 매일 밝은 기운으로 만나기 위해서 퇴근 후에는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습니다. 주로 가족들과 음식을 만들어 먹고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합니다. 평일 저녁 6시 이후나 주말에 연락을 하실 경우 다음 날 아침에 답변을 드릴 테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덧붙임 4. 보호자님, 아이들과 일상적으로 학교 소식을 나누기 위해 비공개 학급밴드를 운영합니다. 아이들 밴드와 보호자 밴드를 별도로 개설합니다. 고학년이 되면서 보호자들을 거치지 않고 직접 소통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밴드를 쓰기 어려울 경우에는 보호자님이 아이 밴드에 가입하셔도 됩니다. 밴드 개설을 하면 초대 문자를 보낼 테니 바로 가입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