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 정희진
《나쁜 페미니스트》는 가부장제가 강요하는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대한 저항이자, '우리'가 서로에게 요구하는 '정치적으로 올바른' 페미니즘에 대한 거부이기도 하고, 동시에 규범화된 페미니즘은 불편하지만 자기만의 신념은 숨기지 않겠다는 '나의 페미니즘'이다. (6)
그래서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기로 결정했다. 왜냐하면 나는 셀 수 없이 많은 단점과 모순으로 똘똘 뭉친 보통의 인간이니까. (13)
나는 그저 내가 믿고 있는 것을 지지하고, 이 세상에 뭔가 도움이 될 만한 일을 하고, 내 글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면서도 온전히 나 자신으로 남고 싶을 뿐이다. (14)
페미니즘은 복수 명사로 그 안에 다양한 페미니즘이 공존할 수 있다. 각자 지지하는 페미니즘을 존중하고 우리 사이의 균열을 최소화하는 데 충분히 신경을 쓰기만 하면 된다. (18)
남자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대놓고 원한다. 우리 사회의 문화는 남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 주는 문화이다. (25)
우리는 강간에 관련된 것들을 지나치게 수용하는 문화에서 살고 있기 때문이다. (...) 여성을 향한 남성의 공격성과 폭력성은 수용할 수 있고 때로는 불거피하다는 사고가 우리 문화에 흘러넘치고 있음을 이 단어는 말해주고 있다. (31~32)
'BDSM '을 즐기능 사람들에게는 '동의'라는 것이 기본 전재로 깔려 있다. 동의는 모든 인간의 상호 관계에 존재해야 하는 것이지만 몸과 마음을 그런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맡길 때는 이 단어가 훨씬 더 중요해진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어떤 형태나 방식이건 "그만하라" 고 말할 때는 그 고통이나 모욕이나 지배가 끝나야 하고 어떤 이의도 제기되어서는 안된다. 굉장히 강렬하고 완벽한 순간이다. (...) 학대에는 멈춤이 없다. 그만이 없다. 동의라는 전제가 없다. (43)
작가는 독자들이 껍질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게 만들어 줄 수가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된다. (75)
누구나 좋아할 만한 호감 가는 성품이란 뭘까? 이것은 매우 정교한 거짓말이며 기술적인 연기이고 이 사회가 강요하는 행위규범이다. (...) 《 케빈에 대하여》를 쓴 소설가 라이오넬 슈라이버는 《파이낸셜 타임즈》에 가고한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 '호감' 산업은 두 가지 요소를 갖고 있다. 도덕성과 애정이다." 우리는 캐릭터들이 올바르면서도 사랑스럽기를 바라고 있다. (81)
인물들이 모든 면에서 솔직했으면 좋겠다. 그냥 인간이었으면 좋겠다. (83)
만약 독자둘이 친구를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면 아주 심각한 문제에 봉착하게 될 겁니다. 책에서는 인생을 찾아야 해요. 인생의 모든 가능성을 찾아야 합니다. 문학 작품에 어울린 질문은 "이 사람이 내 친구가 될 가능성이 있나 " 가 아니라 " 이 사람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는가?" 하는 겁니다. (클레어 메수드의 인터뷰 중에서) (87)
쉽게 호감가지 않은, 어쩌면 싫어지는 캐릭터들은 가장 인간적인 사람들이자 가장 생생한 사람들일지 모른다. (87)
특권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프라이버시를 가질 기회가 더 많다고 주장한다. 카이저는 이렇게 쓰고 있다. "사회적 지위란 그 사람이 사적인 공간에서 공적인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자유의 전도에 따라 정의할 수 있고 그가 사생활을 지키는 시간과도 비례한다고 할 수 있다. " 사생활과 특권의 관걔는 인종과 젠더와 성 정체성까지 확대된다. 예를 들어 여성이 임신을 하면 사생활이 점점 더 줄어드는데 만삭에 가까울수록 현재 조건이 점점 더 겉으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154)
주디스 버틀러는 자심의 역작 《잰더 트러블》에서 젠더는 하나의 수행이자 불안정한 정체성에 불과하며 주체가 어떻게 수행하는지에 따라 형태가 계속 변한다고 말한다.
"젠더는 고정된 정체성도 아니고 다양한 행위의 내적 발생 장소도 아니다. 그보다 젠더는 시간이 흐르면서 반복적인 행동 양식을 통해 외부 공간에서 제도화되는 정체성이다
젠더 효과는 몸의 각인에 의해 형성되기에 일상적인 몸의 제스처와 동작과 여러 행동 양식이 젠더 자아라는 환영을 구성할 뿐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189~190)
한 가지나 몇 가지 특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이 세상의 모든 특권을 가졌다는 뜻은 아니니까. 특권을 누리고 있노라고 인정하는 것은 어렵지만 어쩌면 정말 필요한 건 그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틈틈이 이 사실을 상기하려 한다. 내 특권을 인정한다고 해서 내가 소수 집단으로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그로 인해 결핍에 시달렸다는 것을 모두 부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 그저 당신 특권의 범위와 영향력을 이해하고 당신이 전혀 감도 못잡는 방식으로 이 세상을 헤쳐 나가고 경험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만 인식하고 있으면 된다. (284)
나는 나쁜 페미니스트이다. 페미니스트가 아예 아닌 것보다는 나쁜 페미니스트가 되는 편이 훨씬 낫다고 믿는다. (3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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