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움직여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와서 박힌다. 이른 아침이라 한적한 대학로 야외 공연장에서 남성 노동자들이 나무 데크에 물을 뿌리고 의자를 손으로 닦고 있었다. 고급 호텔 화장실에서 눈을 마주치자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던 여성 노동자는 내가 세면대에서 손을 닦자마자 세면대 주변에 떨어진 물기를 손걸레로 바로 닦는다. 호텔 중앙 로비에는 깔끔한 정장을 입고 지나가는 모든 고객에게 미소를 머금고 고개와 등을 숙여 인사하는 노동자가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는 굳은 표정으로 지나가는 차가 찍어놓은 빗물을 닦고 쓰레기를 치우는 노동자들이 있다.
내가 일상에서 벗어나 쉬는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매일 반복되는 노동의 공간이 되는 당연한 원리를 확인한다. 내가 쾌적하고 깨끗한 공간을 누리려는 욕망이 누군가를 강도 높은 노동 속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하다. 몸을 움직여 힘들게 일할수록 임금이나 작업환경이 열악할 것이다. 노동자들의 모습에 애잔함을 느끼다가 화들짝 놀랐다. 타인의 노동에서 한걸음 떨어져 내 멋대로 그들을 재단하고 동정하고 있는 건가. 익숙한 배경처럼 항상 존재하고, 빛 뒤에 드리워진 그림자처럼 나를 따라 다니는 타인의 노동을 이제야 알아차린, 어리석은 나를 동정할 일이다. 몸을 움직여 일하는 노동자들이 좀 더 수월하게 일할 수 있게 몸가짐을 조심하고 예의 바르게 대해야 한다.
(2018년 4월 17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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