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췌와 요약)
고민을 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를 잘 알아야 한다. 하나는 나의 감정이고, 다른 하나는 뇌의 작동 메커니즘이다. (감정은 우리의 사고에 많은 영향을 주고, 뇌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능력의 한계가 있는 기관이다.) (25)
나쁜 기억이 공든 고민을 무너뜨린다 : 감정적 기억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61)
생물학적 위험 신호에 기반해 인간의 뇌는 다양한 감정을 진화하고 발전시켰다. 배고픔은 부정적 감정, 포만감은 긍정적 감정으로. 좋은 감정은 금방 잊히고, 부정적 감정은 잊고 싶어도 잘 잊히지 않는다. 이 모든 시스템은 동물로서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것이다. 인간의 뇌는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원래 이 시스템이 세팅될 때보다 훨씬 오래 살게 되었다. 오래 사는 만큼 기억은 쌓이고 저장된다. 감정의 퇴적층이 깊어질수록 뇌는 이 기억들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게 되었다. (62)
감정적 기억은 편도체에 저장되고, 서술 기억은 해마에 저장된다. (...) 해마에 저장되는 기억에는 PC에 파일을 새성할 때처럼 그 일이 발생한 일시가 함께 태깅된다. (...) 이들 기억은 시간 순서로 정렬돼 다시 불려 올라올 일이 없는 오래된 일은 자동으로 삭제된다. 이와는 달리 감정적 기억에는 신기하게도 사건이 발생한 시간이 함께 태깅되지 않는다. 꽤 오래전에 벌어진 일도 바로 지금 일어난 일같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 (64)
감정적 기억이 올라오면 감정을 처리하는 시스템인 변연계가 활성화되어 그때까지 뇌를 움직이던 이성적 논리와 체계성은 일거에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기억 속에 묻혀 있던 과거의 감정적 상황이 눈앞에 떠올라 지금까지 쌓아왔던 생각의 틀을 한 번에 무너뜨린다. (65)
포유류의 뇌는 그 발달을 3단계로 분류한다. 진화적 관점에서 가장 오래된 뇌인 뇌간은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하며 단순한 생명 유지 장치들이 모여 있는 구조다. 의지의 지배를 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기능하고, 뇌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잘 보호받고 있다. 다음이 변연계로, 이는 포유류부터 존재한다. 변연계 위에 뇌의 여러 개의 피질을 포함한 부위를 통틀어 대뇌피질이라고 한다. 전두엽을 포함한 상위의 뇌 기관이 일종의 정보 처리를 변연계에 속한 기관들은 빠른 판단과 반응을 통해 개체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역할을 하도록 담당한다. 변연계는 눈과 귀로 들어온 정보를 먼저 ‘위험한 것인지 아닌지’를 중심으로 분류한다. 변연계의 반응과 대뇌피질의 선택 사이의 시간차는 하나의 위험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인간은 부득이 투 트랙 전략을 강화했다. 변연계에 우선권을 주고 그 뒤에 정보를 처리한 결과에 따라 ‘행동할지 아니면 경계를 풀지’를 경정하도록 세팅한 것이다.
이 세 영역 중 대뇌피질을 뺀 안쪽의 뇌간과 변연계의 두 영역을 흔히 ‘원시뇌’라고 부른다. 동물적 본성으로 오직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여기는 영역이다. 우리가 제대로 고민을 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원시뇌의 존재와, 위험한 상황이라 여겨지면 그것이 우선권을 갖도록 뇌가 기본 세팅된 데 있다. (82~84)
습관적 행동은 직관적 판단과 마찬가지로 뇌의 효율성 관점에서 보면 매우 에너지가 적게 드는 저비용의 행동이다. 이런 습관들이 많을수록 뇌는 에너지가 덜 든다. (136)
고민을 잘 풀기 위한 공식들
고민할 이유 자체를 줄인다.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순서를 정한다.
고민할 때 사용되는 에너지의 효율성을 높인다.
고민에 필요한 마음의 공간을 확보한다.
뇌 용량을 확보하라
내게 주어진 뇌의 용량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집중한다. 뇌의 자동정리기능인 잠을 활용한다. 잠은 하루의 정보를 자동분류해서 남겨놓을 것은 남기고 쓸모없는 것들은 폐기처분한다. 잠을 잘 시간이 아니라면 뇌의 활용을 줄이기 위해 멍때리거나, 목적 없는 산책을 해보자. 수면과 잠깐의 휴식은 뇌를 비워 여유공간을 만들어준다.
루틴을 만들어라
고민의 경중을 분류해서 뇌의 용량을 확보했다면, 이번에는 마음의 여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처음부터 고민할 이유를 없애는 것이다. 자잘한 일상의 선택들을 줄이면 그만큼 마음의 여유공간을 만들 수 있다.
일상의 선택을 최선을 아니더라도 적당히 안전하고 검증된 선택으로 고정해서 반복하는 행동을 ‘루틴’이라고 한다. 의식적으로 생각을 하는 순간 에너지가 쓰이기 시작하고, 뇌의 자동화 과정은 방해를 받는다. 생각은 기본적으로 에너지가 들고, 에너지가 많이 들수록 생각의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루틴과 같은 자동화 과정의 가짓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매일 반복하는 일과, 공적인 일이나 사회적인 관계에서 책임을 지고 결정해야 하는 일을 구별해야 한다는 점이다. 전자는 루틴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게 좋고, 후자는 조심해야 한다. 루틴을 융통성을 포기하는 대신 얻을 수 있는 뇌의 빈 공간이고, 내적 안정성이다.
작업 기억을 활용하라
사용할 가능성이 높은 정보를 의도적으로 임시 저장하는 작고 빠른 기억 장치, 즉 작업 기억을 활용하면 매번 해마와 같은 주기억 장치에서 정보를 불러들이지 않아도 된다.
작업 기억 능력은 기억력과는 다르다. 작업 기억이 잘 작동하면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중요한 정보에 집중하며, 당장 쓸 정보들을 용이하게 조합해서 임기응변을 하고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다.
작업 기억을 활용하는 첫 번째 방법은 기억을 꺼내 쓸 수 있도록 분류를 잘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맥락과 이야기로 엮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일단 큰 그림이 잡히고 이후에 필요한 것 위주로 안으로 들어가서 살펴보는 방식을 취하면 뇌의 부담을 훨씬 덜 수 있다. 단순화를 위해서 지금 상황을 하나의 문장이나 카피, 메모지에 적을 내용으로 축약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다.
한 번씩 큰 그림을 그려보라
그냥 지켜보기만 해라
뇌를 행동모드로 맞춰라
뇌는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한다. 뇌는 ‘탐색’과 ‘행동’이라는 두 가지 모드를 갖고 있는데, 탐색을 할 때에는 탐색만, 행동으로 옮길 때는 행동에만 집중하도록 자원을 투여하고 세팅을 바꾼다. 뇌의 효율성을 높이고 행동 모드에서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고민이 많다는 것은 뇌의 모든 자원이 탐색 모드에 집중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탐색 모드를 완전히 끄는 어려우니 과감히 뇌의 모드를 전황해야 한다. 이때 간단하고, 에너지가 덜 들고, 할 필요가 있는 일을 권한다. 그 중에서도 산책은 탐색과 행동을 함께 할 수 있는 움직임이다. 가벼운 산책은 꽉 짜이고 조직화된 연상 활동을 이완시켜 창의적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하거나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탐색 모드에서 행동 모드로 스위치를 바꾸면 자연히 탐색 모드는 강제 종료된다. 마음의 복잡함은 사라지고 뇌의 기능이 지금 해야할 행동을 잘하기 위한 계획과 목표 집중으로 모아지면서 리셋할 수 있다. 단순하지만 효과적이다. 가끔은 완전히 행동 모드에 몰입해서 운동만 강하게 해봐도 좋다. 계획을 하는 전전두엽을 의도적으로 꺼서 탐색 모드를 오프로 만들면 지친 머리에 휴식을 주는 효과가 있다.
치료 공간에서의 깨달음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훈습이다. 해석을 통해 깨달은 문제들을 치료 시간 이외에 적용해서 훈련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습득과 내재화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한 번의 해석으로 변화는 오지 않는다.
(2019년 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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